[칼럼] 원예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요
[칼럼] 원예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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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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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원예사 장영아]
[복지원예사 장영아]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은 오랜 시간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삶의 한 부분에 자리 잡아 큰 즐거움을 주는 존재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애완동물 이상으로 여기며 심지어 가족 구성원의 하나인 양 많은 사랑으로 보듬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반려식물'이라는 것은 어떨까?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반려식물은 동물 대신 식물을 애착을 가지고 키우면서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 식물이다. 식물에서 오는 유대감이 우리가 만족할 만큼 유의미한 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과는 다르게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쉽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동물의 경우는 주기적으로 산책을 시켜주어야 하고, 매일 식사 및 간식을 챙겨주어야 하며 갖은 용품들을 구비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주택이 아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키우기에도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식물의 경우, 그렇게 넓은 공간을 요하지도 않으며 관리 또한 크게 어렵지 않다. 동물과 같이 즉각적인 반응과 교감을 통한 높은 유대감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은 노력으로 '내 것'을 돌본다는 만족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이러한 반려식물을 통해, 원예가 주는 효용성을 적극 활용하여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복지원예사'이다.

복지원예사는 식물을 매개로 하는 원예활동을 통하여 대상자의 정서적,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건강과 재활을 돕는 전문가이다. 많은 정성과 애정을 가지고 식물이 잘 자라도록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희열을 치료 목적에 이용한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치료 목적 외에도, 일상에서 식물을 보다 쉽게 접하도록 해주어 반려동물의 경우처럼 식물에게 사랑을 주고 그 과정에서 유대를 느끼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식물을 매개로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지만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큰 차이는 없다.

복지원예사는 사회복지시설, 병원, 교정기관, 복지관 및 요양원 등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 원예활동을 통하여 정서적인 안정을 제공한다.

각 대상자마다 추구하는 치료의 목적은 다르지만 원예를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싶고 또, 식물에 대한 관심 또한 많다면 복지원예사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 아닐까 한다.

문득, 얼마 전 한 복지시설에서 마주한 꼬마 아이가 생각난다. 8~9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였는데, 아이의 얼굴에서 차마 숨길 수 없는 우울하고 지친 모습이 드러났다. 처음 마주했을 때 아이는 '또 누군가가 와서 이런저런 것들을 시키며 귀찮게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활동 내내 지루하고 따분해 하며 집중하지 못했다.

그날은 토마토 모종을 가지고 직접 화분에 옮겨 심으며 책임감을 기르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활동을 하는 날이었다. 내내 흥미 없어하던 아이가, 자기가 알고 있던 토마토의 빨간색이 아니라 그저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잡초 같은 초록색의 모종을 보며 의구심을 가지고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내 모종 하나를 옮겨 심었다. 이후 날이 갈수록 토마토가 자라는 신기함을 체험하며, 아이는 내가 오는 날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한낱 토마토일 뿐이지만, 그 아이는 직접 심은 토마토를 '내 것'으로 여기어 책임감을 가지고 매일 관리해주며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운 것이다. 이처럼 원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지기 쉽다. 따라서 실용적이면서도 높은 만족감의 정서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원예치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나 또한 아직은 직업적인 사명감이나 책임감이 부족할 지 모른다. 그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기에 나는 더 열심히, 진심을 다해 활동에 나선다. 어떤 거창한 소명의식이 아니더라도, 그저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대상자들이 원예활동을 통해 걱정이나 근심을 잊고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오는 목요일이면 또 그 아이를 만난다. 그날은 방울토마토를 사가지고 가서 "선생님 토마토는 벌써 다 자랐는데 네 토마토는 아직도 덜 자랐네~ 더 사랑해줘야 해~"라며 놀려볼 셈이다.

[복지원예사 장영아]